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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말라' 되려다 사망 위험↑…혼자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사실 bmi 지수가 정상 범위이고 체지방량도 정상이라면 다이어트가 꼭 필요한 상태는 아니지만, 더 예뻐 보이고자 하는 마음에 식단과 운동 등 여러 방법으로 조금이라도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명 '뼈말라'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매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데에 반해, 뼈말라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다이어트는 결이 꽤나 다른 편이다.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인 식이 조절을 통해 '뼈만 남은' 모습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 뼈말라가 과연 내 몸을 위한 올바른 선택일까?
강박적 체중 감량이 낳은 뼈말라와 프로아나, 그 의미는?
'뼈말라'는 단순히 마른 체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살을 뺀 끝에 뼈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몸을 이상형으로 삼는 상태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단순히 체질적으로 말랐다거나,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한 상태가 아닌 것이다.
이들이 목표로 삼는 몸무게는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수준이다. 보통 여성의 적정 체중은 스스로의 키에서 110 정도를 뺀 정도로 보는데, 뼈말라를 추구하는 이들은 자신의 키에서 120~125 이상을 뺀 몸무게를 목표로 한다. 160cm의 여성을 기준으로, 35~40kg 정도는 되어야 뼈말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적정 체중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몸무게다.
이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것이 '프로아나(pro-ana)'라는 단어다. '찬성'을 의미하는 영어 접두어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의 앞부분을 합친 말로, 거식증을 스스로 유도하거나 이상적인 상태로 여기며 동조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장시간 음식을 아예 먹지 않거나, 식욕억제제를 과다 복용하는 등 스스로를 학대하듯 체중을 줄이는 모습을 보인다.
정신건강의학과 유은정 원장(서초좋은의원)은 "거식증 환자들은 몸매와 체중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살이 찌는 것을 두려워하는 탓에 어떤 방식으로든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소량의 음식에도 몸에서 거부반응이 나타나며 식욕저하, 폭식 후 구토, 씹고 뱉기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건강 해치는 지름길…생명까지 위협할 수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섭식장애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인데, 특히 젊은 여성들의 증가율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2023년 섭식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중에서도 30대 이하 여성 환자가 40% 이상을 차지했고, 19세 이하 여성 환자는 2020년 779명에서 2023년 1,277명으로 63% 늘어난 상황. 즉, 성장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열량 섭취가 필요한 어린 여자아이들이 스스로를 왜곡된 모습으로 바라보고 섭식장애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성장이 끝난 이후라고 해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나치게 낮은 체중은 △저체온증 △무월경 △빈혈 △골다공증 △영양실조 △조기 노화 △맥박 저하 △저혈압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 심한 경우 체내 장기에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로 bmi 지수에 따른 자살 사망 위험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 저체중 집단은 정상 체중 대비 자살 위험이 1.44배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비만한 사람들의 질환이라는 인식이 있는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 신장질환 등의 유병률도 오히려 올라가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거식증은 정신질환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뼈말라가 그저 미적 추구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혼자서는 벗어나기 어려워…미디어 노출 피하고 병원 도움받아야
뼈말라와 프로아나는 결코 바람직한 체중 감량 목표라고 할 수 없다. 그저 마른 것을 예쁘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탓에 너무나도 큰 신체적·정신적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 이에 최근에는 sns에서 프로아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공유하는 '탈프아'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무조건 마르기만 한 몸이 아니라,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며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체중계 숫자에 대한 집착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 데다,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오히려 음식을 과도하게 먹은 후 전부 토해내는 폭식증으로 이어지거나, 다시금 거식증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적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섭식장애는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개선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에, 병원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유은정 원장은 "거식증은 자신의 모든 가치를 체형과 체중, 체중 조절 능력으로 판단하게 되는 인지장애의 일종"이라며 "혼자서 강박이 개선되지 않고, 체중 생각이 계속 나거나 음식을 참게 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인지행동치료 등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마른 몸을 부각하는 sns나 미디어 노출은 최대한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치료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sns 등을 구경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극을 받고 다시금 거식증에 빠질 위험이 있어서다. sns를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는 만큼 가족이나 친구와의 시간을 늘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면서 몸 외에 다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